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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8. 21:36

 

 

19년 8월 

 

 

 

 

 

 

시내로 가던 길 어느 정류장에 내렸더니 꽃시장이 있었다.

처음 와보는 곳 낯선 얼굴들, 화려한 꽃들

버스를 기다리면서 이 꽃들은 어디로 갈까 궁금했던 생각 

조화인지 생화인지 궁금했는데 바로 꽃집 앞이라 한참 쳐다봤다. 바람이 한번 불면 꽃잎이 미세하게 살랑거렸다. 가까이 가보지도 않았는데 그제서야 꽃 냄새도 꽃잎 촉감도 느껴졌다. 

 

 

 

 

 

 

 

 

마법처럼 적당히 선선했던 밤 

송도는 삶에 지쳤을 때, 그러나 너무 숨으러 가고싶지는 않은 무렵에 또 생각날 도시였다

서울에서 오가는건 조금 힘들었지만, 조용하면서도 특별하게 일상을 보냈다 

 

 

 

 

 

 

 

 

나 타락해썽 ୧ʕ•̀ᴥ•́ʔ୨

 

 

 

 

 

 

 

집에 뒀던 꽃다발들을 오래 보고싶어서 유리병에 보관했다

꽃잎과 가지만 담으면 기억이 안날까봐 다발 포장지를 아래에 깔아준다

 

 

 

 

 

 

 

머리맡에 두거나 책꽂이에 올려놓으면 편안해진다

 

 

 

 

 

 

 

 

오랜만에 하늘이 깨끗해지면 기분마저 깨끗해져서 

퐁실퐁실한 구름 위에 올라탄 느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런 날

좋아하는 옷을 입고, 마음에 들게 화장하고 밖에 나가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이 날은 무언가를 사러 나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곱게도 피었지 

너도 여름에 태어난 아이구나

 

엄마가 진통이 시작된 날이라 했다.

아빠는 엄마를 차에 태우고 더 큰 병원으로 올라가는데, 길가에 유난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서 신기했다고 했다.

 

 

19년 9월

 

 

 

 

 

 

 

 

 

 

 

인간관계가 힘들고 어렵고 '관계'라는 것에 지쳐갈 무렵.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보게된 영상들인데 나에겐 적잖게 충격적이었다 

 

 

 

 

19년 10월 

 

 

 

 

 

꽤나 선선해진 날씨. 

가볍게 입고 절에 다녀오기 좋았다

맛을 기억할만큼 좋았던건 아니지만 식당이 정겨웠다. 다 먹고 남은 음식을 한 데 모으려는데, 테이블 위에서 그릇을 놓쳐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났다.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사장님이 보시고 말씀하시길, "싸우는줄 알았네~" 하셨다. 누가봐도 선한 인상으로 웃으면서 말이다. 나도 기분좋게 웃으면서 봤더니 애인이 '전라도 어른들의 유머'라고 했다.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정희네에서 정희와 동네 친구들이, 겉으로는 싸우는가 싶을 수 있어도, 회포를 풀고 그동안의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가장 마음이 아렸던 장면이다. 유라는 그 친구들 중 하나인 드라마작가 아저씨를 좋아하는 젊은 아가씨. 이 유라가 정희네의 사람들을 보며 하는 말이 있다. 이 집구석 마음에 든다였나. 좋다였나. 그래서 아저씨랑 결혼하고 싶다고. 그 유라의 말이 이해가 잘 되었던 날들. 나의 아저씨 작가님은 얼마나 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생각하셨을까.

 

멋진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한건지, 생각이 필요한건지. 둘도 아니라면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생각을 해나가는 존재인건지.

 

 

 

 

 

 

 

 

 

가까운 곳에서 목소리를 들으며 같은 하늘을 볼 수 있었던 지난 시월

 

 

 

 

 

 

 

 

 

출력해야 할 것이 있어 나갔다가 지름길 대신 멀리 오솔길로 돌아왔다

바람이 불더니만 탁 탁 떨어지는게 있어 무슨 열매일까 봤더니 도토리! 

제일 못나고 상한 두 알만 다람쥐들 몰래 주워왔다 (다람쥐들은 너무 도시 한복판인 여기는 무섭지 않을까..)

 

 

 

 

 

 

 

 

 

 

나의 뮤즈이자 영원한 아기천사

 

 

 

 

 

 

 

 

 

 

 

가게 안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꽃들은 나의 꽃.

앞으로는 이 주에 한번씩 꽃을 사러 갈 마음이다.

왠지 모르게 낯설고 휑했던 동네에서 볕이 드는 따뜻한 공간이다 

 

 

 

 

 

 

 

 

 

 

 

 

 

혼란스럽기도,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기

 

 

 

 

 

 

 

 

 

 

저녁시간 맞춰 장을 보러 다녀오면 항상 새로운 꽃들을 마주하곤 한다

가는 길엔 못 봤지만 오는 길, 두 손 무겁게 들고 돌아 오다보면 이런 꽃 저런 꽃.

 

 

 

 

 

 

 

 

 

 

내가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레몬빵의 맛이 아직까지 입에 맴돌 정도로 맛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감정이 있어서 찍었다 

 

 

 

 

 

 

 

 

 

 

 

빵빵덕 인형은 어떻게 저 문고리에 걸리게 되었을까

 - 기사님이 빵빵덕을 좋아하신다면? 어떻게 구하셨을까

  - 뽑기로?

  - 인터넷으로? - 하지만 인터넷은 진작에 품절이다

 - 자제분이 선물해주신건가?

 

그렇다면 빵빵덕을 하필이면 저기에 꽂아두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바람 쐬라고

 - 철봉운동 시키려고

 

 

 

 

 

 

 

 

 

 

나의 따뜻하고 앙증맞은 꽃신 

동네방네 자랑했어야 하는데! 

 

 

 

 

 

19년 12월

 

 

 

 

 

 

 

딱 하루만 기억할 수 있다면, 이 날을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던 하루

 

 

 

 

 

 

 

 

 

 

 

혼자 학식먹고 돌아가는 길인데 달이 너무 예뻐서 찍었다

벌써 작년인데 아직 하나하나 기억난다는게 신기하다 

 

 

 

 

 

 

 

 

 

 

원래 가려던 와인바를 못 가고 서성이다 우연히 들어왔던 곳. 

칵테일을 처음 마셔 봤는데 샴푸에 알코올을 섞은 맛이 났다

마실때는 썩 맛이 있지는 않았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무언가 퍽 와닿더라.

지쳐서 집 바닥에 누워 있었더니 내게서 달달한 향수와 비슷한 향이 났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술은 잘 모르고 관심도 그닥 없지만

다른 술은 맛으로 먹는 것에 비해 칵테일은 향과 분위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이래서 이름이 orgasm 이었구나 ! 하고 크게 깨달았던 날

 

 

 

 

20년 1월

 

 

 

 

 

 

 

 

그저 고추김밥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손이 큰 탓에 이만큼이나 만들었다

이맘때부터 외할머니께서 이번 설엔 작년 추석만큼 전 부치지말라고 누누이 전화하셨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해보려던 것 뿐이었는데 하다보니 이만큼이나 음식들이 불어났고

그래서 지난 추석때 몸살아닌 몸살도 났다.

그걸 알고 할머니께서는 음식 하나도 하지말라고 하셨던 것. 몸살난다고. 고생한다고.

내 마음, 내 감정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할머니. 할머니.

 

 

 

 

 

 

 

 

 

 

 

 

여긴 김광석거리

 

 

 

 

 

 

 

 

 

 

 

집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소박하고 아담한 브런치카페가 있다.

사람들도 많이 오고 여유로운 공간은 아니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가끔씩은 혼자 가서 다이어리 쓰고 싶었던. 해가 잘들고 소품이 예뻤던 곳

 

 

 

 

20년 2월

 

 

 

 

 

 

 

 

집 근처에 마카롱 카페가 하나 생겼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근처에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는데, 아가들도 들러서 하나씩 사간다. 정말이지 귀엽다.

지난번엔 어떤 여자아이가 와서 오백원이 모자란다고, 집에서 가져오겠다고 사장님께 신신당부를 하고 떠났다.

앉아있던 손님들과 사장님, 그리고 마카롱을 고르고있던 나까지 다 귀엽고 흐뭇한 미소로 쳐다보고 있었다.

 

요즘은 집안일도 하고, 마카롱도 먹고, 다이어리도 조금 쓰고 가끔씩 공부도 하면서

몸을 충분히 쉬게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그 거리에 따라서 관계는 달라진다는 것.

나는 생각보다 마음도 몸도 더 약한 사람이다. 강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건강해지는게 좋다는 것과

마음은 여리지만 이걸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애쓰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것도 나의 성격이니까

조금 더 건강한 나를 위해 이런 생각들을 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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