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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17. 21:28

 

 

 

 

 

마음을 비우러 절에 간다고들 한다

어린 나이에는 순수한 마음에 단지 엄마와 아빠를 따라갔다. 마음 속으로 셋을 세면서 나름대로의 소원을 빌며 삼 배를 올렸다. 풀과 흙, 그리고 소나무 냄새가 익숙했고 좋았다. 좋기만 했다.

그새 머리가 조금 컸다. 예전의 소원이 책임이 되면서부터 절에 다녀오는 길은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지켜내야 하는 것들. 요즘은 과연 마음을 비우는 것인지 통 모르겠다. 구멍난 생각들을 더 담아서 얻어오는게 아닌가 하고.

 

 

 

 

김애란, 잊기좋은 이름

 

 

 

 

 

몇번이고 곱씹으며 느꼈던 글자들

읽으면서도 놀랐던 기억이 나 사진을 찍었다

 

 

 

 

 

 

 

 

 

여름동안 즐겨 먹었던 반찬들

 

어린시절 할머니는 계란을 사오실 때마다 거의 한 판을 삶아 내어주셨다. 날 것의 상태로 두면 프라이, 찜, 말이, 볶음밥, 심지어 국에도 풀어서 넣을 수 있는데 할머니는 늘 스무 몇 개나 되는 계란을 삶으셨다. 그 무렵의 나였다면 어쩌면 '한 판씩이나 삶아 버리셨다'고 적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는 이제서야 알았다. 며칠 전 내 생일에 할머니께서 음식을 엄마 편으로 보내주셨다. 다슬기 채국(흔히 냉국이라고 하는)과 소고기전, 가지무침. 내가 맛있게 먹던 반찬들이었다. 봉지를 뜯어보면서 삶은계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다. 어쩐지 무겁지 않았다. 꼭 몇 개는 차 타고 오는 길에 자기들끼리 부딪혀 깨지기 마련이었고, 나는 그 알부터 집어들어 앉은자리에 오물거렸기에 계란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나 혼자만 느꼈다.

음식을 받아온 엄마가 집에 도착했다고, 잘 먹겠다고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할머니는 계란을 깜빡했다고 하셨다. 어떻게 떨어져 있는데도 마음을 잘 아실까 싶었다.

 

 

 

 

 

 

 

 

호박맛 나는 아이스크림

 

 

 

 

 

 

 

 

참으로 행복했던 날

 

 

 

 

 

 

 

 

연잎밥 식당

후식으로 다과를 내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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